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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주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겪고 있는 난제는?
2023-07-18

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겪고 있는 난제는?

리소스 부족한 국내 기업, 초기부터 다양한 회사와 협력해야
글로벌 신약 없는 이유?..."아직 만들어 내지 못한 것"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글로벌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열홍(이하 김): 글로벌 신약이라고 하면 보통 연 매출 1조원 이상인 제품을 칭하는데, 그 정도 매출을 위해선 우선 충분한 시장이 필요하다. 작은 시장에선 매출 1조원이 나올 수 없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처음부터 경쟁이 심하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동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다만, 자원 부족으로 인해 개발 속도가 늦어져 경쟁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난 이후 주저 앉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시장 잠재력은 글로벌 시장 대비 미미해 유럽, 미국 등에서 소위 잘나가는 글로벌사와 동반 관계를 잘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우열(이하 이): 초기 임상부터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서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확실한 임상적 근거를 전임상 단계부터 갖춰나가야 한다. 임상적 근거가 있다면 해외 학회 참여 시 글로벌 임상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초반부터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임상을 진행할 수 있다면,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 기회와 함께 투자도 많이 이뤄질 것이다. 

문한림(이하 문): 전망이 어둡다기보다는 지금껏 잘해왔으나 난관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영토, 자원이 작은 국가라고 신약을 못 만들 이유는 없다.

스위스에서 로슈나 노바티스 같은 다국적 기업이 탄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2023 연구개발(R&D) 리포트를 보면 2017~202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가장 많이 개발한 5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심지어 물질에 대한 라이선스나 임상 숫자가 일본보다 많지만 자금 면에서 밀리고 있다.

이대희(이하 희): 글로벌 제약사는 타깃이 굉장히 명확하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다른 약물과 어떻게 경쟁하고 경쟁사 제품 대비 얼마나 우월한지 등의 전략을 모두 갖고 있다.

또 허가되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멈춰야 하는 게 맞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회사 중에서는 투자를 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유효성을 확인해도 시장 경쟁이 어려울 것 같으면 포기해야 한다. 

타깃을 잘 정해 특정 분야 혁신신약(First-in-class)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후보물질을 만들어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게 현실적으로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 국내 임상 현황은 어떤가? 글로벌 임상 트렌드를 잘 쫓아가고 있나?

희: 우리나라 임상 개발 부문을 살펴보면 대부분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꼭 글로벌 임상 트렌드를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면역 치료제나 세포 치료제 등 전반적인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으나 차별화 전략 없이 대세에 편승하는 것에 의구심이 생긴다. 

김: 새로운 기술이 생겨 신규 질환영역을 공략할 수 없게 된 것이지 트렌드가 변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기업도 이를 잘 쫓아가고 있다고 본다. 다만, 개발사가 본인들이 가진 장점(맨파워, 리소스 등)을 파악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충분한 인력이 확보돼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볼 수 있다. 

■ 국내서 잘나가는 신약이 해외서 부진한 이유는?

김: 수요 차이다. 우리나라에선 소화기 약물이 굉장히 잘나가는데, 이는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다.

항암제 시장으로 보면 국산 항암제들은 대부분 국내에서도 참패한 상태다. 해외에 나갈 엄두도 못내고 경쟁력도 없다. 

문: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인허가 받는 것과 상업화는 다른 이야기다. 의약품의 효능도 좋아야 하지만 판매하는 회사도 잘해야 한다.

상업화 전략을 직접 판매할 건지, 파트너사와 협업을 진행할 건지 면밀히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판단 부분이 국내사에게 부족하다.


② 글로벌 신약 개발,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타깃 발굴 능력은 뒤쳐지지 않아...성공∙실패에 대한 경험 모두 중요
임상현장 미충족 수요∙시장성 면밀히 조사한 후 '목적의식' 가져야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 전임상부터 천문학적인 비용 소모…어느 단계에서 국내 기업이 어려움 겪고 있는지?

김열홍(이하 김): 후보물질 발굴 능력은 국내사와 글로벌 제약사 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제약사도 모든 파이프라인을 내부에서 키워낼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바이오 벤처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후보물질 발굴 능력을 키우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봐야 오류를 줄일 수 있는데 현재 국내사는 그런 능력을 키워나가는 단계로 봐야한다. 

이우열(이하 이): 국내 개발사의 타깃 발굴 능력은 글로벌 제약사 대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허가 임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국가 임상이 필요하고 한국만 해도 100여 개 사이트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또 규제 기관과의 협력도 난제다.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 기관과의 협력이 국내보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 규제 기관도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대희(이하 희): 한마디로 얘기하면 모든 부분이 임상 디자인에 녹아있어야 한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임상에 반영해야 한다. 아직 국내사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타깃 프로파일을 지속 업데이트하면서 임상 디자인을 잘 만들어 내야 하는데 제대로 실행하는 회사는 드물다. 또 규제 기관과의 관계 설정 전략과 임상 시험의 시놉시스, 계획서 작성 면에서 약하다. 

문한림(이하 문): 제약사와 달리 바이오 벤처는 다수의 선도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타깃을 개발할 때 질병과의 연관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확실한 통찰력(insight)을 가진 좋은 인력이 부족하다.
 
■ 다양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이: 초기 임상 단계에서 개발에만 신경쓰면 나중에 어떤 물질을 만들려고 했는지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또 개발 상황에 따라 변수도 많이 생긴다. 

타깃을 정확히 세우고 그에 맞는 후보물질을 발굴, 임상시험계획(IND)도 고려해야 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급격하게 관심도가 높아진 분야에 많은 회사가 우르르 뛰어들면 미래 경쟁 약물이 바뀔 수 있어 후기 임상 세팅 시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문: 후보물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건 First-in-class, Best-in-class 중 어디에 속해 있나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 타깃을 여러 회사가 개발하는데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First-in-class로 주장하지만, 믿음과 결과는 다르다. 

First-in-class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패 부담이 높다. Best-in-class는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지만 자질이 있어야 한다. 옥석가리기는 둘 중 하나가 될 수 있느냐다. 

김: 좋은 타깃을 잘 잡아 시작해야 하는데 잘못 잡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있다. 

의학적 고려 없이 과학적인 면에서 굉장히 좋은 타깃이기 때문에 “이 질환에서 먹힐 것이다”라는 가정을 갖고 후보물질 개발에 뛰어들기도 한다.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와 시장성을 처음부터 면밀히 확인하고 어느 질환에 어떤 목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정확한 계획 없이는 백전백패다. 

희: 긴 과정 중에 가장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임상이지만 준비에 자금을 별로 쓰지 않으려고 한다.

임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자문 등에 충분한 시간을 쏟아야 옥석을 가리기 용이해 진다. 

■ FDA, 식품의약품안전처 중 어디를 먼저 공략하는 게 유리한가? 

문: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대다수 바이오 벤처는 자금이 부족해 한국에만 IND를 제출한다. 

국내사에게 권하는 것은 자금이 부족해도 미국에 IND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미국 허가를 준비하지 않아도 추후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희: 정답은 없지만 엄밀하게 봤을 때 FDA를 노리는 게 유리하긴 하다.

다만, 초기부터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케이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원의 한계성으로 인해 국내 개발사의 가장 좋은 선택은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 가질만한 임상 결과를 내고 이를 토대로 후기 임상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당연히 FDA로 가야 한다. 물론 전략에 따라 다르다. 

다만, 미국 연구자와 친분이 없다면 그들을 이해시켜 회사가 원하는 속도로 임상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이에 국내 개발사는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국내 허가를 우선 취득해 쌓이는 여러 데이터를 파악한 후 글로벌 임상 디자인 만들어야 한다. 회사가 타깃하는 질환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③ 다국적 제약사 대비 몸집 작은 국내사...해답은?

오픈이노베이션, 선택 아닌 필수...초기 공동연구부터 협력 필요
무엇을 잘하는지/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후기 임상 진입 가능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 상대적으로 자본확보가 어려운 국내 기업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김열홍(이하 김): 당연히 오픈 이노베이션은 필요하고 초기부터 공동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후보물질을 가져가 같이 개발해주지 않으면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여러 바이오 벤처에서는 다양한 타깃을 대상으로 후보물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가 초기 개발까지는 잘하고 있으나 역량, 자금 등이 부족하다. 이에 신약후보물질이 초기 임상에서 가능성이 보이면 제약사에 기술수출해서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우열(이하 이): 한 회사에서 모든 걸 잘하기 힘들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하다. 신약 개발이 오케스트라에 비유되듯 각자의 역할과 네트위크 모두가 중요하다. 

그 외에는 식약처 등 규제 기관이 성숙해져야 한다. FDA처럼 제약산업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지원하고 가이드 해줘야 한다. 

바이오 벤처 입장에서 국가 지원은 필수다. 특히 벤처는 상장이 중요한데 기술 특례 상장 등의 제도가 있지만 5년 내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 규모가 작은 국내사가 차별화를 해야 하는 부분은?

문: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스위스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위스는 영토도 작고 자원도 한정적이지만 사람들이 똑똑하고 부지런하다. 이는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틀 안에서 속도와 퀄리티 전략을 추구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후기 임상에 투자 해야 신약 개발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국내 제약사가 아무리 크다고 해봤자 일본 제약사의 10분의 1 규모다. 일본에서 10위 안에 들기도 힘들다. 이에 우리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역량 한계인지 생각하고 협업해 나가야 한다. 

또 국내에서도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야 한다. 보험급여를 통해 국내에서도 의약품이 많이 사용되면서 데이터가 축적돼야 점점 더 좋은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유능한 인재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적절하게 투입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신약 개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국내사, 바이오 벤처와 글로벌 제약사가 연관성을 갖고 협력을 유지해야 신약 개발 끝단까지 올 수 있다. 그렇게 계속 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나올 수 있다. 그전까지는 어떻게 잘 상호협력 해 인재들을 확보하고 교육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 국내 회사들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 대비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전략과 디테일이 좋아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실패 사례도 참고해 돌파구를 찾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또 개발 단계부터 임상의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약물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희: 국내사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논의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 그 이후 임상, 후보물질 개발에 나서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20년간 바이오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내 바이오업계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한 단계 성장해 제약바이오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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